햇고구마가 나오기 시작하면 매대 앞에서 한 번씩 고민하게 되죠. 밤고구마를 살까, 호박고구마를 살까, 요즘 많이 보이는 꿀고구마는 또 뭐가 다를까 하고요.
답부터 드리면, 밤고구마·호박고구마는 품종 이름이 아니라 식감과 속 색으로 나눈 이름이에요. 꿀고구마도 따로 떨어진 한 무리라기보다, 단맛이 강한 품종에 붙는 이름에 가까워요.
그래서 상품 설명에 품종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이름으로 고르는 게 가장 정확해요. 품종별 맛 차이와, 사 온 뒤 쓴맛 안 나게 두는 법까지 차례로 볼게요.

밤·호박·자색, 농진청이 나눈 세 무리
농촌진흥청이 2025년 9월에 국내에서 많이 기르는 고구마 10품종을 쪄서 맛을 비교한 ‘찐 고구마 맛 지도’를 발표했어요. 3개월 동안 15회 넘게 훈련한 평가단이 단맛, 밤 향, 촉촉함, 단단함 같은 18가지 특성을 하나씩 평가했고요.
이 자료에서 10품종은 세 무리로 나뉘어요.
| 무리 | 공통 특징 | 속한 품종 |
|---|---|---|
| 밤색고구마 | 밤 향이 진하고 섬유질이 적은 편, 속 색이 옅어요 | 소담미, 진율미, 진홍미, 베니하루카 |
| 호박색고구마 | 단호박·당근 향이 나고 촉촉해요, 속이 주황빛이에요 | 호풍미, 호감미, 풍원미, 안노베니 |
| 자색고구마 | 향은 약한 편이지만 비트 향이 나고 밀도감이 강해요, 속이 보라색이에요 | 단자미, 신자미 |
보시다시피 꿀고구마라는 무리는 따로 없어요. 그럼 매대에 붙은 꿀고구마는 뭘까요?
꿀고구마는 어떤 고구마인가요?
꿀고구마라는 이름으로 흔히 팔리는 건 일본에서 들여온 베니하루카, 그리고 이를 대신하려고 농진청이 개발한 국산 소담미예요. 농진청 자료를 다룬 기사에서도 소담미를 ‘꿀고구마형’으로 소개하고 있어요(푸드투데이 국산 고구마 점유율 기사).
두 품종은 맛 지도에서 모두 밤색고구마 무리에 들어가요. 그리고 10품종 가운데 단맛이 가장 강한 쪽이었어요. 호박색 무리에서는 안노베니가 같은 단맛 점수를 받았고요. 결국 ‘꿀’은 식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단맛이 강하다는 뜻에 가까워요.
하나 더 알아 두실 게 있어요. 베니하루카는 수확하고 2~3개월이 지나면 당도가 26~27브릭스까지 오르는 품종으로 소개돼요(농민신문). 저장하는 동안 고구마의 당 함량이 늘어났다는 국내 연구도 있고요.
그래서 9월에 막 나온 햇고구마는 같은 이름이라도 한겨울에 먹던 꿀고구마보다 덜 달게 느껴질 수 있어요. 기대보다 덜 달다고 해서 잘못 샀다고 단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입맛별로 이런 품종을 찾아보세요
맛 지도에서 품종마다 두드러진 특징을 입맛 기준으로 묶어 봤어요. 별은 농진청 자료에 나온 세 단계 강도예요.
| 이런 맛이 좋다면 | 찾아볼 품종 | 맛 지도 특징 |
|---|---|---|
| 달고 밤 향이 진한 맛 | 베니하루카 | 단맛·밤 향·단단함 모두 ★★★, 꿀 향도 강해요 |
| 달면서 덜 단단한 맛 | 소담미 | 단맛 ★★★, 단단함 ★★, 속이 고르게 노래요 |
| 포슬포슬한 밤고구마 | 진홍미 | 포슬함·밤 향 ★★★, 촉촉함 ★, 단맛은 약한 편이에요 |
| 밤 향인데 무른 식감 | 진율미 | 밤 향 ★★★, 단단함 ★ |
| 촉촉하고 목넘김 쉬운 맛 | 호풍미 | 촉촉함·단호박 향 ★★★, 단단함 ★ |
| 촉촉하면서 단 맛 | 안노베니 | 단맛·촉촉함 ★★★, 속은 노란빛에 가까워요 |
| 촉촉하지만 덜 단 맛 | 풍원미 | 촉촉함·단단함 ★★★, 당근 향이 강하고 씹는 맛이 있어요 |
호감미는 단호박 향이 강하고 무른 편인데 섬유질이 많은 품종이에요. 보라색 속의 단자미·신자미는 밀도감이 강하고 단맛은 약한 편이고요.
이 결과는 찐 고구마를 평가한 거예요. 농진청은 군고구마·말랭이로 평가를 넓힐 계획이라고 했으니, 굽는 방법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어요. 앞에서 본 것처럼 저장 기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고요.
상품 설명에 품종 없이 ‘밤’, ‘호박’만 적혀 있다면 이렇게 기억하시면 돼요. 포슬하고 밤 향이 나는 쪽이 밤고구마, 촉촉하고 단호박 향이 나는 쪽이 호박고구마예요.
사 온 고구마, 냉장고에는 넣지 마세요
고구마는 추위에 약해요. 경남농업기술원 안내를 보면 알맞은 보관 온도는 12~15℃, 습도는 80~90%예요. 9℃ 아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어 속이 변하고 맛이 떨어지며 잘 썩어요. 반대로 15℃가 넘으면 싹이 트면서 양분이 빠져나가고요(농촌진흥청 농촌지방소식).
0℃에서는 하루만 둬도 냉해를 입고, 한번 냉해를 입은 고구마는 굽거나 튀겨도 쓴맛이 난다고 해요(파이낸셜뉴스). 냉장실은 9℃보다 낮은 온도로 쓰는 곳이라 생고구마 자리로는 맞지 않아요.

집에서는 이렇게 두면 돼요(레이디경향 고구마 보관법).
- 씻지 않고 그대로 둬요. 씻는 건 먹기 직전에 해요.
- 비닐봉지 대신 바구니처럼 공기가 통하는 용기에 담아요.
-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그늘에 둬요. 가스레인지 옆처럼 열이 나는 곳은 피해요.
9월에는 실내가 아직 따뜻해서 12~15℃를 맞추기가 어렵죠. 조리대처럼 따뜻한 곳에 둘 거라면 일주일 안에 먹을 만큼만 사는 게 마음 편해요. 늦가을부터는 반대로 베란다가 너무 추워질 수 있으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엔 안으로 들여 주세요.
익힌 고구마는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요. 냉장고를 피하라는 건 생고구마 이야기예요.
싹이 났거나 검은 반점이 보인다면
싹이 난 고구마는 먹어도 괜찮아요. 싹 난 부분에 독소가 생기는 감자와는 달라요. 다만 싹이 자라는 데 양분이 쓰여 속 식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 싹이 보이면 먼저 드세요(코메디닷컴).
검은 반점은 다르게 봐야 해요. 겉에 검거나 검갈색인 둥근 무늬가 있고 잘라 보면 속까지 검게 번져 있다면 검은무늬병일 수 있어요. 이 병에 걸린 고구마에는 쓴맛을 내는 독소(이포메아마론)가 생겨요.
이 독소는 멀쩡해 보이는 부분에도 있을 수 있어서, 반점만 도려내지 말고 먹지 않는 게 안전하다는 게 농사로 답변이에요. 익혔는데 쓴맛이 난다면 아까워도 드시지 마세요.
정리하면, 고를 땐 ‘밤·호박·꿀’보다 품종 이름을, 사 온 뒤엔 냉장고 대신 서늘한 그늘을 먼저 떠올려 주세요. 고른 고구마는 전자레인지로 간단히 익히거나 허브를 더해 오븐에 구워 드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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