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아이 이마가 뜨겁습니다. 약통을 꺼내고 계량컵을 들었는데 몇 mL를 따라야 할지 손이 멈추죠.
상자에 적힌 나이 칸을 보고 따르는 분이 많은데요. 약 설명서에도 몸무게를 아는 경우에는 몸무게에 따른 용량으로 먹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적혀 있어요. 나이는 그 몸무게에 흔히 해당하는 나이를 옆에 적어 둔 것일 뿐이에요.
게다가 성분이 바뀌면 같은 5mL가 전혀 다른 양이 됩니다. 순서대로 짚어 볼게요 ^^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은 나이 칸이 아니라 몸무게 칸
아이용 해열제 중 가장 흔한 게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이에요. 챔프시럽,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콜대원키즈펜시럽, 세토펜현탁액이 모두 여기 속합니다.
다행히 네 제품 모두 100mL에 아세트아미노펜 3.2g, 즉 1mL에 32mg으로 농도가 같아요. 그래서 허가사항의 1회 용량표도 같습니다.
| 몸무게 | 흔히 해당하는 나이 | 1회 용량 |
| 7~7.9kg | 4~6개월 | 2.5mL (80mg) |
| 8~11.9kg | 7~23개월 | 3.5mL (120mg) |
| 12~15.9kg | 만 2~3세 | 5mL (160mg) |
| 16~22.9kg | 만 4~6세 | 7.5mL (240mg) |
| 23~29.9kg | 만 7~8세 | 10mL (320mg) |
| 30~37.9kg | 만 9~10세 | 12.5mL (400mg) |
| 38~42.9kg | 만 11세 | 15mL (480mg) |
| 43kg 이상 | 만 12세 | 20mL (640mg) |
표를 나이순으로 읽으면 함정에 빠져요. 또래보다 큰 만 6세 25kg 아이는 '만 4~6세' 칸(7.5mL)이 아니라 23~29.9kg 칸, 10mL예요. 반대로 마른 만 7세 20kg 아이라면 7.5mL고요.
몸무게가 칸 경계에 딱 걸치거나 표에 없는 체구라면, 허가사항에 적힌 기준이 1회 10~15mg/kg이에요. 이때는 약사에게 몸무게를 말하고 mL를 확인받는 편이 안전해요.
복용 간격은 4~6시간이고, 하루 5회(체중 1kg당 75mg)를 넘기지 않습니다.
성분이 바뀌면 mL도 바뀝니다
여기가 제일 헷갈리는 지점이에요. 집에 있던 약이 떨어져 다른 걸 먹일 때, 익숙한 '5mL'를 그대로 따르면 안 됩니다.
세 성분의 기준이 아예 달라요.
| 성분 | 시럽 농도 | 용량 기준 | 하루 최대 |
| 아세트아미노펜 | 1mL에 32mg | 몸무게 칸 (10~15mg/kg) | 5회 |
| 이부프로펜 | 1mL에 20mg | 나이 칸 (허가사항에 몸무게 칸 없음) | 4회 |
| 덱시부프로펜 | 1mL에 12mg | 1kg당 0.4~0.6mL | 4회 |
만 4세, 15kg 아이 하나로 비교하면 차이가 보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나이 칸(만 4~6세)이 아니라 몸무게 칸(12~15.9kg)을 따라갑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시럽 5mL · 이부프로펜 시럽 5~7.5mL · 덱시부프로펜 시럽 6~9mL
어린이부루펜시럽과 챔프이부펜시럽 같은 이부프로펜 시럽은 허가사항 표가 나이로만 되어 있어요. 1~2세 2.5~5mL, 3~6세 5~7.5mL, 7~10세 7.5~10mL, 11~14세 10~12.5mL입니다. 만 2세 미만은 먹이기 전에 의사·약사와 상의하라고 되어 있고요.
맥시부펜시럽 같은 덱시부프로펜 시럽은 기준이 또 달라서, 몸무게 1kg당 0.4~0.6mL예요. 생후 6개월부터 쓸 수 있습니다.
이름도 조심하셔야 해요. 챔프시럽은 아세트아미노펜, 챔프이부펜시럽은 이부프로펜이에요. 같은 브랜드인데 성분이 다릅니다.
파우치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콜대원키즈펜시럽은 한 포가 5mL라서, 12~15.9kg 아이에게 딱 한 포 분량이에요. 25kg 아이에게는 두 포가 1회분이고요. 한 포 = 한 번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교차복용은 '2시간마다 번갈아'가 아니에요
열이 안 떨어지면 두 약을 번갈아 먹인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죠. 그런데 식약처 해열소염진통제 복약 안내를 보면 조건이 붙어 있어요.
"교차복용은 두 종류의 해열제를 동시에 복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두 종류의 해열제를 번갈아 복용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계를 보고 2시간마다 무조건 바꿔 먹이는 방법이 아니에요. 한 가지를 먹이고 2시간이 지나도 열이 계속될 때 다른 성분을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자료가 이렇게도 적어 뒀어요. "대부분 한 종류의 해열제만 사용해도 아이의 상태를 개선해줄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경우 두 종류의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차복용은 기본값이 아니라 예외라는 얘기죠.
그리고 꼭 기억할 조합이 하나 있어요.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은 같은 계열이라 서로 교차복용할 수 없습니다. 번갈아 쓸 수 있는 건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또는 덱시부프로펜) 사이예요.
감기로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거기에 해열 성분이 들어 있는지도 확인하셔야 해요. 모르고 해열제를 더 먹이면 같은 성분을 두 번 먹이는 셈이 됩니다. 식약처 카드 안내도 '다른 2개 성분의 해열제 동시 복용 피하기'와 '처방받은 약에 해열제 성분이 있는지 확인'을 나란히 적어 뒀어요.
몇 도부터 먹이나요? 숫자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여기서 솔직하게 말씀드릴 게 있어요. 공식 자료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식약처 복약 안내(2023년 11월)는 "평균체온보다 1℃ 이상 높거나 38℃ 이상"을 기준으로 적었는데, 2025년 12월 카드 안내는 "평균 체온보다 1℃ 이상 높거나 39℃ 이상"으로 적혀 있어요.
서울대학교병원 소아 발열 설명은 겨드랑이 체온 37.3℃ 이상을 미열, 38.0℃ 이상이면 진찰을 권하고, 39.0℃ 이상을 고열로 봅니다.
그래서 온도계 숫자 하나로 기계적으로 정하기보다, 아이가 힘들어하는지를 함께 보시는 게 현실적이에요. 잘 놀고 잘 자면 급하지 않고, 처지고 못 자고 안 먹으면 숫자가 낮아도 챙겨야 하고요.
식약처는 이 네 가지에는 해열제를 쓰고 즉시 병원에 가라고 안내합니다.
| 39℃ 이상으로 열이 나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3개월 미만은 38℃) |
| 40.5℃ 이상으로 열이 날 때 |
| 심질환, 영양부족, 수술 후 등 발열이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경우 |
| 열성 경련을 겪는 아이 |
이부프로펜 시럽에는 기간 제한도 있어요. 허가사항에 의사·약사의 지시 없이 발열에 3일 이상, 통증에 소아 5일 이상 복용하지 말라고 적혀 있습니다. 열이 사흘을 넘기면 약을 더 먹이는 게 아니라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먹이기 전 30초, 이것만 확인해요
식약처 의약품 안전사용 매뉴얼에 있는 내용 중, 집에서 실제로 어긋나기 쉬운 것들이에요.
밥숟가락으로 재지 않기. 계량컵, 계량스푼, 경구용 주사기를 씁니다. 식사용 숟가락이나 요리용 계량스푼은 제품마다 용량이 달라서 쓰지 말라고 되어 있어요. 계량컵은 평평한 곳에 놓고 눈금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따릅니다.
흔들어서 먹이기. 시럽은 가라앉아요. 가볍게 흔들어 내용물을 고르게 한 뒤에 따릅니다.
성인 약을 쪼개지 않기. "어림짐작으로 용량을 정하거나 성인 용량에서 유추하지 않도록" 하라고 적혀 있어요. 어른 알약을 반으로 잘라 먹이는 방식은 여기 해당합니다.
형제 약 나눠 먹이지 않기. 몸무게가 다르면 1회 용량이 다르니까요.
먹인 시간과 양 적어 두기. 밤에 번갈아 재우다 보면 누가 언제 얼마나 먹였는지 흐려집니다. 약통 옆에 메모지 한 장이면 충분해요.
아스피린은 아이에게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레이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거든요.
오늘 해두면 좋은 일
열은 늘 밤에 납니다. 그때 설명서를 찾아 읽기는 어려워요.
아이 몸무게를 한 번 재고, 집에 있는 해열제 병마다 성분 이름과 우리 아이 1회 mL를 적은 라벨을 붙여 두세요. 제품이 바뀌면 그 숫자도 다시 확인하고요.
아이가 아플 때 함께 보면 좋은 글도 두 편 남겨 둘게요. 독감 걸린 아이 등원 시점과 아이 멀미약 연령 기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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