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 다 부치고 나면 팬에 기름이 반쯤 남죠.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찜찜하고요.
다시 써도 되는지는 몇 번 썼느냐보다 무엇을 부쳤느냐가 먼저예요. 동그랑땡·육전·동태전처럼 고기나 생선이 들어간 전을 부친 기름은 그날 정리하시는 게 좋아요. 호박전이나 버섯전처럼 채소만 부친 기름은 식혀서 걸러 두면 한두 번 더 쓸 수 있고요.
그리고 다시 달궜을 때 연기·거품·냄새·색 중 하나라도 평소와 다르면, 몇 번 썼든 거기서 끝이에요.

맑아 보인다고 괜찮은 건 아니에요
기름은 열과 공기에 닿으면 산화가 시작돼요. 가열하면서 생긴 과산화물이 시간이 지나 알데하이드류 같은 2차 산화 생성물로 분해된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 설명을 정리한 보도예요. 170~180도가 넘는 고온에서 반복하면 더 빨라지고요.
업소에서는 총극성물질(TPC) 같은 수치로 기름 상태를 관리하지만, 집에서 그걸 잴 수는 없죠. 그래서 눈과 코로 확인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에요.
아래 중 하나라도 보이면 재사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 예전보다 낮은 온도에서 연기가 나요
- 색이 눈에 띄게 짙어지고 따를 때 끈적해요
- 거품이 많이 생기고 잘 꺼지지 않아요
- 달굴 때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요
뒤집어 말하면, 색이 아직 맑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산화가 먼저 시작되거든요.
무엇을 부쳤는지가 제일 크게 갈라요
같은 기름이라도 채소를 익힌 기름보다 생선이나 고기를 익힌 기름이 훨씬 빨리 변해요. 단백질과 지방 찌꺼기가 남아 산화 반응을 부추기기 때문이에요.
재료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한 연구도 있어요. 건국대 김진만 교수팀이 같은 기름으로 돈까스와 감자튀김을 반복해 튀기며 산가(기름이 상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잰 한국식품과학회지 연구인데요, 기름이 허용기준에 닿은 시점이 이렇게 갈렸어요.
| 사용한 기름 | 돈까스를 튀겼을 때 | 감자튀김을 튀겼을 때 |
| 돼지기름·콩기름 | 40회 | 50회 |
| 카놀라유(채종유) | 50회 | 70회 |
| 팜유 | 90회 | 100회까지 닿지 않음 |
이 숫자를 ‘집에서도 마흔 번은 써도 된다’로 읽으시면 안 돼요. 실험실에서 조건을 맞춰 계속 튀긴 결과이고, 연구팀도 재료·조리법·온도에 따라 달라져서 교체 시기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고 했거든요.
읽을 부분은 방향이에요. 같은 기름도 고기를 익히면 기준에 닿는 시점이 훌쩍 앞당겨져요. 명절 상의 동그랑땡·육전·동태전이 딱 그 경우고요.
전은 튀김보다 불리한 점이 하나 더 있어요. 밀가루와 달걀옷 부스러기가 팬에 계속 남아 타면서 기름을 더 빨리 상하게 하거든요. 빵가루가 많이 떨어지는 튀김일수록 기름이 빨리 나빠지는 것과 같은 이유예요.
다시 쓸 기름은 이렇게 걸러 두세요

- 부치는 중간중간 팬에 쌓인 부스러기를 건져내거나 키친타월로 닦아요.
- 불을 끄고 완전히 식혀요. 뜨거운 기름을 유리병이나 페트병에 바로 부으면 위험해요.
- 고운 체에 키친타월이나 커피 필터를 깔고 걸러요.
- 뚜껑이 잘 닫히는 병에 담아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둬요. 가스레인지 옆이나 창가는 피해 주세요.
- 쟁여 두지 말고 며칠 안에 쓰고, 새 기름을 부어 가며 끝없이 이어 쓰지 않아요.
위 연구를 전한 기사에는 가정에서 기름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쓰는 경우가 58.9%, 새 기름을 섞어 횟수와 상관없이 쓰는 경우가 41.1%였다는 조사도 함께 실려 있어요. 계속 섞어 쓰면 오래된 기름이 병 안에 그대로 남아서, 언제 바꿔야 할지 알기 어려워져요.
애초에 부침용이 아닌 기름도 있어요
참기름과 들기름은 발연점이 160도쯤이라 전을 부치면 금세 타요. 영양사가 정리한 기름별 발연점을 보면 콩기름 230도, 카놀라유 240도 정도로 부침·튀김에 맞고, 참기름·들기름·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무침이나 마무리에 쓰는 쪽이에요.
발연점을 넘겨 연기가 오른 기름은 다시 쓰는 건 물론이고 그날 계속 쓰기에도 좋지 않아요. 중불로 낮추고 기름을 새로 부어 주세요.
버릴 땐 싱크대 말고요
정리하기로 했다면 싱크대에 붓지 마세요. 배관이 막히고 환경도 오염돼요. 식물성 기름은 폐식용유 수거함으로, 고기에서 나온 동물성 기름은 휴지에 흡수시켜 종량제봉투로 가요. 자세한 구분은 식용유 버리는 법에 정리해 두었어요.
올해는 호박전 같은 채소전을 먼저 부치고 고기·생선전을 나중에 부쳐 보세요. 채소전까지 쓴 기름을 중간에 덜어 두면 그건 걸러서 다시 쓸 수 있고, 마지막 기름만 정리하면 되니까 버리는 양이 훨씬 줄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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