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과일 선물세트 앞에 서면 같은 사과 5kg인데 한쪽엔 ‘특’, 한쪽엔 ‘상’이 붙어 있고 값도 꽤 차이가 나죠.
‘특’이 더 달겠거니 하고 손이 가는데요. 등급을 정하는 표를 펴 보면 당도 항목이 아예 없어요.
사과 등급은 다섯 줄로 매기는데, 크기가 고른지·색이 얼마나 들었는지·껍질이 쪼글해지지 않았는지·흠이 몇 개나 섞였는지가 전부예요. 단맛은 그 다섯 칸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특’과 ‘상’을 가르는 다섯 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고시한 농산물 표준규격의 사과 등급규격이에요. 표에 있는 그대로 옮겨 볼게요.
| 항목 | 특 | 상 | 보통 |
| 낱개의 고르기 | 크기 구분표에서 무게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것 | 무게가 다른 것이 5% 이하(한 단계까지만) | 특·상에 미달 |
| 색택 | 착색비율표의 ‘특’ 이외의 것이 섞이지 않은 것 | ‘상’에 미달하는 것이 없는 것 | ‘보통’에 미달하는 것이 없는 것 |
| 신선도 | 윤기가 나고 껍질이 쪼글해지지 않은 것 | 껍질이 쪼글해지지 않은 것 | 특·상에 미달 |
| 중결점과 | 없는 것 | 없는 것 | 5% 이하(부패·변질과는 불가) |
| 경결점과 | 없는 것 | 10% 이하 | 20% 이하 |
여기서 마음이 놓이는 칸이 중결점과예요. 특도 ‘없는 것’, 상도 ‘없는 것’이죠.
중결점과는 썩거나 변질된 것, 병해충 피해가 과육까지 미친 것, 덜 익은 것, 속이 갈변한 것, 모양이 심하게 불량한 것을 말해요. 이런 건 ‘상’에도 한 개조차 들어갈 수 없어요. ‘상이라서 상한 게 섞였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
실제로 갈리는 건 경결점과예요. 모양이 품종 고유의 모양이 아니거나, 껍질에 살짝 녹이 앉았거나, 햇볕에 데었거나, 꼭지가 빠진 것처럼 겉이 아쉬운 정도를 말합니다. 특은 0개, 상은 10%까지예요. 10과들이 상자라면 한 개 정도죠.
배는 구성이 조금 달라요. 신선도 칸이 특과 상 모두 ‘껍질의 수축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문구가 똑같아서, 배에서 등급을 가르는 건 사실상 크기 고르기·색택·경결점과 세 줄이에요.
사과의 ‘색’은 품종마다 기준이 달라요
사과 색택은 눈대중이 아니라 착색비율로 정해져 있어요. 열매 전체 면적 중에 그 품종 고유의 색이 든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를 봅니다.
| 품종 | 특 | 상 | 보통 |
| 홍옥·홍로·화홍·양광 등 | 70% 이상 | 50% 이상 | 30% 이상 |
| 후지·조나골드·세계일·추광·서광·선홍·새나라 등 | 60% 이상 | 40% 이상 | 20% 이상 |
| 쓰가루(착색계) 등 | 20% 이상 | 10% 이상 | 기준 없음 |
추석에 많이 나오는 홍로는 70% 이상이어야 ‘특’이고, 늦가을 후지는 60% 이상이면 ‘특’이에요. 같은 ‘특’이라도 요구하는 색의 양이 품종마다 다른 거죠.
쓰가루 중 비착색계는 색택 항목을 아예 적용하지 않아요. 원래 빨갛게 물드는 품종이 아니라서요.
그러니 색이 진하다고 더 단 게 아니에요. 그 품종 기준으로 물든 면적이 넓다는 뜻이고요.
등급표에서 당도가 딱 한 번 나오긴 해요. 중결점과 중 ‘미숙과’를 당도·경도·착색으로 보아 성숙이 현저하게 덜된 것으로 정의하는 대목이에요. 덜 익은 걸 걸러내는 하한선이지, 단맛에 순위를 매기는 칸은 아닙니다.
그럼 단맛은 어디에 적혀 있나요
당도와 산도는 의무표시가 아니라 권장표시예요. 파는 쪽이 적어도 되고 안 적어도 되는 항목이라는 뜻이죠.
적혀 있다면 브릭스(Brix) 숫자로 나와요. 2025년 8월 4일 고시가 개정되면서 사과·배는 맛(당도·산도·경도)을 그림으로 보여 주는 표시도 권장표시에 들어갔어요. 당도는 꿀단지, 산도는 레몬 그림을 쓰는 식이라고 농민신문이 전했고요.
숫자를 볼 때는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같은 품종끼리 비교해야 의미가 있어요. 사과 홍로와 배 신고의 브릭스를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더 달다고 말하기는 어렵거든요.
표시가 없으면 등급만 보고는 알 수 없어요. 매장이라면 품종과 당도 선별 여부를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릅니다.
같은 5kg인데 개수가 다른 이유
등급과 크기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축이에요. 작아도 ‘특’일 수 있고, 커도 ‘보통’일 수 있어요.
크기는 낱개 무게로 이렇게 나뉩니다.
| 호칭 | 사과 한 개 | 배 한 개 |
| 3L | 375g 이상 | 750g 이상 |
| 2L | 300g 이상 375g 미만 | 600g 이상 750g 미만 |
| L | 250g 이상 300g 미만 | 500g 이상 600g 미만 |
| M | 214g 이상 250g 미만 | 430g 이상 500g 미만 |
| S | 188g 이상 214g 미만 | 375g 이상 430g 미만 |
| 2S | 167g 이상 188g 미만 | 333g 이상 375g 미만 |
상자에 ‘5kg 16과’처럼 무게와 개수가 같이 적혀 있으면 무게 ÷ 개수로 한 개 크기를 알 수 있어요.
사과 5,000g을 16으로 나누면 약 312g이니 2L이고요. 같은 5kg인데 23과라면 약 217g이라 M이에요. 배 7.5kg에 11과면 약 682g이니 2L입니다.
올해는 중소과 세트가 눈에 많이 띌 거예요.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12일 현장 점검 자료에서 사과·배 중소과와 대체과일(샤인머스캣·만감류) 선물세트 할인지원 물량을 지난해 15만 개에서 올해 23만 개로 늘려 공급 중이라고 밝혔어요. 배는 평시의 3.5배인 14만 6천 톤을 푸는 중이고요.
차례상에 올릴 거면 큰 것(3L·2L), 아이들과 깎아 먹을 거면 M·S 쪽이 알뜰해요. 작다고 등급이 낮은 게 아니니까요.
상자 겉면에서 확인할 것
여기서 짚어 둘 게 하나 있어요. 표준규격을 따르는 건 의무가 아니에요.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은 표준규격에 맞춰 출하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고만 정해 두었거든요.
대신 상자에 ‘표준규격품’이라는 문구를 붙이려면 정해진 항목을 함께 적어야 해요.
- ‘표준규격품’ 문구
- 품목 · 산지 · 품종
- 등급
- 무게(실중량). 품목 특성상 무게를 적기 어려우면 개수로 대신할 수 있어요
- 생산자 또는 생산자단체의 명칭과 전화번호
- 생산연도(곡류만 해당)
농관원은 여기에 식품 안전 문구(세척 또는 가열)까지 의무표시로 안내하고 있어요.
그래서 ‘표준규격품’ 문구 없이 ‘특’만 큼직하게 적혀 있다면 그게 국가 기준 등급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최상품’, ‘특선’, ‘프리미엄’ 같은 말도 마찬가지로 파는 쪽의 표현이고요.
무게 칸도 한 번 보세요. 실중량이라서 상자와 완충재는 빠진, 과일만의 무게예요. 5kg이라고 적혀 있으면 과일이 5kg인 거죠.
고를 때는 이 순서로
정리하면 상자 겉면을 볼 때 순서가 이렇게 잡혀요.
첫째, ‘표준규격품’ 문구와 산지·품종을 봅니다. 이게 있어야 옆에 적힌 ‘특·상’이 국가 기준이에요.
둘째, 무게와 개수를 나눠 크기를 확인합니다. 쓰임에 맞는 크기인지가 등급보다 먼저예요.
셋째, 당도 표시가 있는지 찾습니다. 없으면 등급으로는 단맛을 알 수 없으니 물어보시고요.
‘특’과 ‘상’ 중에 고민이라면, 결국 크기가 얼마나 고른지와 겉흠이 한두 개 섞여도 괜찮은지의 차이예요. 선물로 보낼 상자면 ‘특’이 깔끔하고, 집에서 깎아 먹을 거라면 ‘상’이 훨씬 합리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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