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장 볼 목록을 적다가 구제역 뉴스를 보면 정육 코너 앞에서 손이 잠깐 멈추죠. 지난 16일 인천 강화의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인됐고, 추석은 다음 주 금요일(9월 25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구제역은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니고, 구제역에 걸린 소가 정육 코너까지 오는 길은 막혀 있습니다.
다만 뉴스에 '살처분'과 '도태'가 같이 나오면서 헷갈리기 쉬워요.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구제역은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니에요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이 걸리는 바이러스병입니다. 입과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겨 잘 먹지 못하고 앓게 되죠. 전파력이 워낙 강해서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어요(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구제역 안내).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구제역 안내에서 "사람에게 쉽게 전파되지 않으며 공중보건상 위험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어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오래전부터 같은 설명을 해 왔고요.
가끔 광우병과 섞어 기억하시는 분이 계세요. 둘은 아예 다른 병입니다. 광우병(소해면상뇌증)은 변형 단백질이 원인이고 사람 건강과 연결되는 논의가 있었지만, 구제역은 바이러스병이고 그 논의의 대상이 아니에요.
'살처분'과 '도태'는 다른 말이에요
강화 농장은 소 126마리 중 1마리가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그 1마리는 살처분해 묻었어요. 살처분은 현장에서 처분하고 매몰하는 것이라 먹는 경로 자체가 없습니다.
문제는 남은 125마리예요. 예전에는 한 마리만 나와도 농장 전체를 묻었지만, 지금은 백신 접종 상태와 검사 결과를 보고 개체별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남은 소를 어떻게 할지 18일 가축방역심의회에서 심의했고, 여기서 나온 말이 '도태'예요.
도태는 현장에서 묻는 게 아니라 도축장으로 보내 빨리 도축하는 조치입니다. 그래서 "그럼 그 고기가 팔린다는 거냐"는 오해가 생기는데, 답은 이렇습니다. 도축장 검사를 통과해야 나갑니다. 그 검사가 어떤 건지가 다음 이야기예요.
같은 소를 세 번 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단계가 적혀 있는데, 생각보다 관문이 많아요.
| 언제 | 무엇을 하나 |
| 농장에서 나오기 전 | 7일간 임상관찰 → 시군구 임상검사 → 임상검사증명서를 받아야 지정 도축장으로만 출하 |
| 도축장 도착 | 검사관이 도축장 밖에서 생체검사, 이상 없어야 안으로 들임 |
| 도축 직전 | 계류장에서 한 번 더 생체검사, 그날 일반 물량이 다 끝난 뒤에 따로 도축 |
| 도축하면서 | 해체검사. 구제역 의심 증상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살처분해 소각하거나 매몰 |
정리하면 도축장은 '구제역 걸린 소가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구제역 걸린 소를 걸러내는 관문입니다. 정부가 구제역에 걸린 가축의 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해 온 이유예요.
'이동제한 2,813마리'는 못 나간다는 뜻이에요
기사에 나오는 이 숫자를 보고 "그 많은 소가 시장에 나온다는 건가?" 하고 놀라시는 분이 계실 텐데 정반대입니다. 강화 발생 농장 반경 3km 안에 64개 농가, 2,813마리가 있고 이들이 위 표의 첫 줄에 묶여 있다는 뜻이에요.
인천일보 보도를 보면 이 절차 때문에 해당 농가들은 9월 22일까지 사실상 출하를 못 하게 됐습니다. 한우 농가 입장에서는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을 놓치는 셈이에요.
공급 걱정은 크게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정부는 추석 성수기에 맞춰 소고기 공급을 평시의 1.3배, 돼지고기를 1.4배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장 볼 때 확인할 건 숫자 12자리예요
포장에 붙은 이력번호 12자리를 축산물이력제 누리집이나 '축산물 이력조회' 앱에 넣으면 원산지, 등급, 가축의 종류, 출생일, 사육지가 나옵니다. 국내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입 소고기까지 조회돼요.
다만 오해하기 쉬운 게 하나 있어요. 이력번호로 그 소가 어떤 질병 검사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력번호가 알려주는 건 '어디서 나서 어디서 자라 언제 도축됐는가'예요. 질병 쪽은 위에서 본 검사 단계가 맡는 몫이고요.
그래서 이력번호는 구제역보다 원산지나 등급을 속이는 일을 거를 때 더 쓸모가 있습니다. 마침 농식품부가 9월 7일부터 23일까지 이력·등급·원산지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어요. 1천여 곳을 점검하고 이력번호 허위표시가 의심되면 DNA 동일성 검사까지 합니다. 이상하다 싶으면 농축산물부정유통신고센터(1588-8112)로 신고하시면 돼요.
우유와 유제품은 어떻게 되나요
젖소 쪽도 같은 지침에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발생한 마을에서 나온 원유는 보호지역이 풀릴 때까지 소독해서 폐기하거나 그 농장 안에서 사료로 재활용해요. 시중에 우유로 나가지 않습니다.
반경 3km 보호지역과 그 바깥 예찰지역의 원유는 지정된 차량으로만 모아서, 72~75도에서 15~20초 살균을 두 번 이상 연속으로 하거나 132도 이상에서 1초 이상 처리한 뒤에 쓰도록 하고 있어요. 평소 살균보다 한 단계 더 조이는 겁니다.
이번 추석에 정말 조심할 건 따로 있어요
먹는 걱정보다 다니는 걱정입니다. 명절에는 사람과 차가 크게 움직여서 바이러스가 함께 옮겨 다니기 쉽거든요.
농식품부는 겨울철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으면서 "추석 명절 기간과 전후에 사람과 차량 이동 등으로 가축전염병이 전파될 우려가 있으므로 철새도래지와 축산 농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어요.
고향집이 축산 농가 근처라면 아이들과 축사 구경 가는 일은 이번엔 접어 두시면 좋겠습니다. 성묘길에 농장 진입로로 차를 돌리는 것도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게 실제 전파 경로예요.
정리하면
구제역 뉴스가 나왔다고 한우를 장바구니에서 빼실 필요는 없어요.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니고, 양성 판정을 받은 소는 묻히고, 나머지도 도축장 앞에서 세 번 걸러집니다.
대신 포장의 이력번호와 원산지는 한 번 보고 담으시고, 연휴에 축산 농장 근처는 피해 주세요. 지금 농가들이 가장 고마워할 일이기도 하고요 ^^
추석 고기 고르는 요령이 더 궁금하시면 한우 선물세트 부위별 중량 비교하는 법과 사과·배 선물세트 등급표 읽는 법도 같이 보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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