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가까워지면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친구는 집중 잘되는 약 먹는대.” 학원가에도 ‘공부 잘하는 약’ 이야기가 돌죠. 답부터 드릴게요.
ADHD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약이면 치료예요. 진단 없이 먹는 약은 성적을 올린다는 근거가 없고, 부작용과 처벌만 남아요. 식약처가 교육부·성평등가족부와 함께 9월 28일 “공부 잘하는 약은 없습니다”라는 영상을 낸 이유도 그거예요(식약처 보도자료).
같은 약인데 어느 쪽인지에 따라 결과가 갈려요. 그 갈림길을 차례로 짚어 볼게요.

무슨 약이길래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불리나요?
성분 이름은 메틸페니데이트예요. 콘서타, 메디키넷, 페니드 같은 이름으로 처방돼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그러니까 ADHD 치료제이고 법으로는 향정신성의약품, 즉 의료용 마약류예요.
허가사항을 보면 쓰임새가 분명해요. 6세 이상에서 진단 기준에 맞는 ADHD 환자에게 쓰고, 진단은 검사 한 가지로 하는 게 아니라 병력과 평가를 종합해서 해요. 그리고 이런 문장이 있어요. “약물 치료는 이 증상을 가지고 있는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심리·교육 치료를 포함한 전체 치료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쓰라는 거예요(콘서타 허가사항).
오해가 생기는 지점은 여기예요. ADHD가 있는 아이가 약을 먹으면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요. 그걸 보고 ‘아무나 먹어도 집중이 늘겠네’라고 짐작하는 거죠. 그런데 ADHD 아이가 보통 상태로 오는 것과 보통 아이가 더 잘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진단 없는 아이가 먹으면 정말 성적이 오르나요?
식약처 답은 짧아요. 질환이 없는데 먹으면 두통과 불안, 심하면 환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예요(식약처 보도자료).
실제로 재 본 연구도 있어요. 케임브리지대와 멜버른대 연구진이 건강한 성인 40명에게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 덱스암페타민, 가짜 약을 한 번씩 먹이고 같은 퍼즐 문제를 풀게 했어요. 약을 먹으면 더 오래, 더 많이 시도했지만 답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메틸페니데이트를 먹었을 때는 푸는 시간이 50%쯤 늘었고, 가짜 약을 먹고 상위 25%였던 사람이 약을 먹고는 하위 25%로 내려가는 일이 잦았어요(Science Advances 2023, 케임브리지대 안내).
물론 연구가 이것 하나는 아니에요. 건강한 성인 37명이 화면 속 공을 눈으로 쫓는 과제에서는 정확도가 조금 오른 결과도 있어요(Journal of Neuroscience 2025). 정리하면 결과가 연구마다 갈리고, 효과가 있다 해도 작아요. 성적을 바꿀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어요.
반면 위험은 허가사항에 그대로 적혀 있어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서 돌연사 보고, 혈압과 맥박 상승, 환각이나 조증 같은 증상, 아이의 성장 억제 보고, 오래 남용하면 내성과 의존이에요. 진단받은 아이는 의사가 이걸 지켜보면서 처방하지만, 몰래 먹는 아이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요.
| 어느 쪽인가요 | 진단받고 처방된 아이 | 진단 없이 먹는 아이 |
| 기대할 수 있는 것 | ADHD 증상 조절 | 성적 향상 근거 없음 |
| 부작용 | 의사가 용량·심장·성장 확인 | 아무도 확인하지 않음 |
| 법 | 처방받아 갖고 있는 건 합법 | 갖고만 있어도 위법 |
친구 약을 받아 먹거나, 남은 약을 동생에게 주면요?
여기가 부모가 제일 놓치기 쉬운 부분이에요. 마약류관리법은 의사에게 처방받아 투약받은 본인,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산 본인만 이 약을 갖고 있을 수 있게 해요. 그 밖의 사람이 갖고 있거나, 주고받거나, 먹거나, 먹이는 것은 모두 금지예요.
벌칙도 가볍지 않아요. 메틸페니데이트는 법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 분류 가운데 처벌이 무거운 쪽에 들어 있어서, 처방 없이 사고팔거나 주고받거나 먹으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에요(마약류관리법 제60조). 받는 쪽만이 아니라 주는 쪽도 같아요. 처방받은 아이의 남은 약을 형제나 친구에게 나눠 주는 것도 여기 들어가요.
SNS에서 파는 글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식약처는 올해 5월과 8월 특별점검으로 메틸페니데이트 불법 판매·알선 게시물 1,733건을 적발해 차단을 요청했고, 10월에도 수능을 앞두고 다시 점검해요(식약처 보도자료). 사는 것 자체가 처벌 대상이고, 돈만 떼이거나 무슨 약인지도 모르는 걸 받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집에서는 두 가지만 지키시면 돼요. 처방받은 약은 그 아이만 먹고, 남은 약은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었다가 다음 진료 때 의사나 약사에게 처리 방법을 물어보세요. 아이가 어디서 약을 받아 왔다면 먹이지 말고 어디서 났는지부터 물어보시고요.
그럼 진단받고 약 먹는 우리 아이는요?
이 글 때문에 약을 끊으시면 안 돼요. 처방받는 아이가 늘었다는 기사가 자주 나오는데, 숫자를 그대로 보면 이래요.
| 연도 |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 전년 대비 |
| 2021년 | 17만 530명 | - |
| 2023년 | 28만 663명 | 26.7% 증가 |
| 2025년 | 39만 2,239명 | 16.2% 증가 |
늘긴 늘었는데 증가 속도는 해마다 줄고 있어요. 식약처는 이 증가를 2022년에 진단 기준이 분명해지고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치료에 나선 사람이 많아진 결과로 봐요(2025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의도 “오남용보다는 진료를 통해 ADHD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는 사례가 훨씬 많다”면서, 아직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도 많다고 해요(시사위크).
처방하는 쪽도 따로 감시를 받아요. 2024년 9월부터 3개월 넘게 처방하거나, ADHD 치료 목적을 벗어나거나, 하루 최대 허가 용량을 넘기면 식약처가 그 의료기관을 들여다봐요(식약처 점검 강화 안내). 2025년부터는 처방 전에 환자의 1년치 투약 이력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고요. 여러 병원을 돌며 약을 모으는 걸 막는 장치예요.
부모가 할 일은 단순해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 먹이고, 식욕이나 잠, 키 자라는 속도에 변화가 있으면 다음 진료 때 꼭 말씀하세요. 허가사항이 의사에게 지켜보라고 한 항목이 바로 그것들이에요.
집중이 안 되는 아이, 그럼 어떻게 해요?
약을 구하는 게 아니라 진단부터예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병력과 평가를 종합해 ADHD인지 봐요. ADHD라면 약은 의사가 정해 주고, 아니라면 애초에 이 약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먹고 성적 올랐다’는 후기나 광고 숫자는 한 번 걸러서 보세요. 키 성장 영양제 광고의 ‘12주 2.25cm’가 실제 차이로는 0.33cm였던 것처럼, 숫자가 주는 인상과 실제 효과는 꽤 다를 수 있어요. 그 이야기는 키 성장 영양제 효과, 광고 속 12주 2.25cm와 실제 차이 0.33cm에 정리해 두었어요.
아이가 이미 어디선가 약을 구해 먹었거나 끊기 힘들어한다면 1342 마약류 전화상담센터가 있어요. 24시간, 익명으로, 비밀이 보장돼요. 혼내기 전에 먼저 전화해 보셔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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