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코피를 쏟으면 저도 모르게 "고개 들어!" 하게 되죠. 휴지를 돌돌 말아 콧구멍에 꽂아 주는 것도 흔한 장면이고요.
답부터 드릴게요. 고개는 뒤로가 아니라 살짝 앞으로 숙이고, 콧대 아래 말랑한 콧볼을 양쪽 함께 쥐고 10분이에요. 10분 뒤에도 피가 나면 10분 한 번 더 누르고, 두 번째에도 안 멈추면 누른 채로 소아과나 응급실로 가시면 돼요.

왜 고개를 뒤로 젖히면 안 돼요?
뒤로 젖히면 코피가 멈추는 게 아니라 목 뒤로 넘어갈 뿐이에요. 아이는 그 피를 삼키게 되고, 삼킨 피 때문에 토하기도 해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의 코피(비출혈) 안내도 목으로 넘어간 피가 기도로 들어갈 수 있으니 고개를 앞으로 숙이라고 해요.
눕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피해요. 앉히거나 세운 채로 두는 게 맞아요.
다행히 아이 코피는 대부분 콧구멍 바로 안쪽, 가운데 벽 앞부분에서 나요. 가느다란 혈관이 모여 있는 자리라 코를 파거나 세게 풀기만 해도 잘 터져요. 그래서 이 자리를 밖에서 눌러 주는 것만으로 대부분 멈춰요.
10분, 이렇게 누르세요
- 아이를 앉히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게 해요. 입으로 숨 쉬라고 말해 주고, 입에 고인 피는 삼키지 말고 뱉게 해요.
- 엄지와 검지로 콧볼(코 아래쪽 말랑한 부분)을 양쪽 함께 꽉 쥐어요. 딱딱한 콧대 뼈를 잡으면 피 나는 자리가 눌리지 않아요.
- 시계를 보고 10분 그대로 둬요. 중간에 "멈췄나?" 하고 떼어 보면 막 생기던 핏덩이가 떨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 10분 뒤 살짝 떼고 아이를 가만히 앉혀 둬요. 그래도 피가 나면 같은 방법으로 10분 더 눌러요.
- 두 번째 10분 뒤에도 계속 나면 손을 떼지 말고 누른 채로 소아과나 가까운 응급실에 연락해요.
이 순서는 미국소아과학회(AAP)의 아이 코피 대처 안내를 따랐어요. 국내 세브란스병원 코피 응급처치 안내는 10~15분을 말하는데, 어느 쪽이든 핵심은 짧게 여러 번이 아니라 길게 한 번이에요.
차가운 수건을 콧등에 대 주는 건 누르면서 곁들이는 정도예요. 목 뒤에 얼음을 대거나 목덜미를 두드리는 걸로 누르기를 대신하지는 마세요.
휴지로 콧구멍 막아도 되나요?
AAP도 세브란스병원도 휴지나 솜을 콧구멍에 쑤셔 넣지 말라고 해요. 뺄 때 겨우 붙은 딱지까지 같이 떨어져 다시 피가 나기 쉽고, 세게 틀어막으면 점막이 더 다칠 수 있어요. 흐르는 피는 코 밑에 휴지를 대고 받기만 하세요.
피가 멎은 뒤 한동안은 코를 세게 풀거나 파지 않게 해 주세요. 막 앉은 딱지가 떨어지면 또 나요. 풀어야 한다면 한쪽씩 살살이에요.
바로 병원 가야 하는 코피
대부분은 집에서 멈추지만, 아래 경우는 기다리지 않아요. AAP와 시애틀 어린이병원 코피 안내 기준을 합쳐 정리했어요.
| 이럴 때 | 어떻게 |
| 축 늘어지거나 불러도 반응이 없음, 쓰러짐 | 바로 119 |
|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식은땀이 남 | 바로 응급실 |
| 10분씩 두 번 제대로 눌러도 안 멈춤 | 누른 채로 소아과·응급실 |
| 머리나 얼굴을 부딪친 뒤 코피 | 바로 진료 |
| 코가 아니라 입으로 피가 나오거나, 피나 커피 찌꺼기 같은 갈색 물질을 토함 | 바로 진료 |
| 콧구멍 앞으로 안 흐르고 목 뒤로만 계속 넘어감 | 병원(집에서 누르는 방법이 잘 안 들어요) |
피 양은 늘 많아 보여요. 휴지 몇 장이 빨갛게 젖는 정도로는 겁먹지 않아도 되지만, 위 표의 모습이 같이 보이면 그때는 양과 상관없이 가요.
자주 나면 진료 예약을 잡는 기준
AAP는 미취학 아이 중엔 일주일에 몇 번씩 코피가 나는 아이도 있고, 그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고 해요. 다만 이런 경우엔 급하진 않아도 소아과나 소아 이비인후과에서 한 번 보는 게 좋아요.
- 돌 전(만 1세 미만) 아기의 코피
- 안 나던 코피가 일주일에 3번 이상 새로 날 때
- 1년에 5번 넘게 나거나, 날 때마다 10분 넘게 눌러야 멈출 때
- 다친 적 없는데 멍이 잘 들거나 잇몸에서 피가 같이 날 때
- 엄마·아빠나 형제 중에 피가 잘 안 멎는 사람이 있을 때
- 한쪽 코만 계속 막히면서 코피가 반복될 때
멍·잇몸 출혈이 함께 있거나 가족 중에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혈우병, 폰빌레브란트병 같은 피가 잘 안 멎는 병이 있는지 검사할 수 있어요. 한쪽 코막힘과 잦은 코피가 겹치면 코 안에 혹 같은 게 없는지 이비인후과에서 봐요. 국가건강정보포털 안내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코피가 잦은 아이라면 열 날 때 먹일 해열제도 소아과에서 코피 이야기를 하고 고르면 좋아요. AAP는 이부프로펜 같은 흔한 약도 피가 멎는 데 조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고 있어요. 해열제 양은 아이 해열제 몇 mL 먹이나요?에 정리해 뒀어요.
코피 멎은 뒤 토하거나 변이 까맣다면
코피 나는 동안 피를 좀 삼켰다면, 멎은 뒤 피 섞인 걸 조금 토하거나 다음 날 변이 까맣게 나올 수 있어요. 삼킨 피가 나오는 거라 그것만으로 놀라지 않아도 돼요. 다만 코피와 상관없이 피를 토하거나 커피색 구토가 이어지면 위 표대로 진료를 받으세요.
가을·겨울에 코피가 잦아지는 이유와 줄이는 법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코피가 여름에 가장 적고 겨울에 많다고 해요. 공기가 마르고, 감기·비염으로 코 안이 헐고, 가려워서 자꾸 문지르게 되니까요. 난방을 켜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조금 챙겨 주면 줄어요.
- 실내 습도를 올려 주세요. 가습기를 다시 꺼낸다면 씻고 말리는 순서는 가습기 꺼내서 바로 켜도 되나요?를 참고하세요.
- 코 안이 자주 마르면 식염수 스프레이를 쓰거나, 잘 때 콧구멍 입구에 바셀린을 아주 조금 발라요. 시애틀 어린이병원은 딱지 앉은 자리에 하루 두 번, 일주일까지만 쓰라고 해요.
- 손톱을 짧게 깎아 주고, 코 파는 대신 가려우면 말해 달라고 약속해요 ㅎㅎ
- 콧물은 한쪽씩 살살 풀게 가르쳐요. 아기 콧물 흡입기는 너무 깊이 넣지 않아요.
- 코가 막힌다고 약국 코 스프레이(혈관수축제)를 아이에게 쓰는 건 소아과와 먼저 상의해요. AAP는 며칠 쓰면 오히려 더 막힐 수 있다고 해요.
정리하면, 코피가 나면 앞으로 숙이고, 콧볼 쥐고, 시계 보고 10분이에요. 두 번 눌러도 안 멈추거나 표에 나온 모습이 보이면 그때 병원이고요. 미리 한 번 연습해 두면 막상 코피가 났을 때 덜 당황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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